1992년 2월 초의 어느날.
어둠이 내린 BOQ 뒷편 쓰레기 소각장에 우리는 하나둘 모였다.
아직까지 온기가 남아있는 듯한 이불과 담요, 베게와 츄리닝과 전투복, 비행연구자료 등이 소각장의 불꽃 속으로 던져져 사그러져 가기 시작했다.
모두들 아무 말 없이 불꽃 속으로 사그러드는 물건들을 보며 침묵 속에 서있을 때, 한 동기생이 나즈막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평소부터 중후한 중저음의 바리톤 목소리를 자랑하던 그 친구의 노래 마디마디는 내 마음속에 각인되고 말았다.
몇일전인 1월 31일 대전 국립현충원에 공사 39기 최초의 공중 순직자인 동기생 준호의 안장식을 마치고 몇일 만에 돌아와, 유족들이 유품을 챙겨가고 난 나머지 물품들을 소각하는 자리였다.
시신마저 못찾아 동기생의 정복과 정모 구두를 넣고 화장의 형식을 빌어 안장하고 난 뒤라 모두들 침울할 수 밖에 없었다.
그후로 전역할 때까지 노래방에 갔을 때 울적하거나 동기생이 생각날 때면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러다가 김돈규의 '나만의 슬픔'이 나오면서 내 18번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 뒤로도 2명의 동기생과 십수명의 전우를 더 보냈다.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과 같이 생활하던 16년이었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간 한동안 잊고 지내던 그 노래가 문득 생각났다.
시신도 못찾아 유품만으로 장례를 치렀던 동기생은 보름 뒤 동해안 어부의 그물에 의해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고, 우리는 또다시 한번의 정말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뤘다.
1992년 1월 29일 정오경 故 공군중위 김준호
경상북도 울진 후포 앞바다 上空에서 순직(殉職).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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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송골매 9집)
- 송골매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슬픈 노래
날 위해 부르지마세요
무덤가에 장미꽃도 심지 마시고
아무것도 심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슬픈 음악
날 위해 만들지 마세요
무덤가에 백합꽃도 심지 마시고
아무것도 심지 마세요
푸른 잡초가 무덤위에서
이슬에 젖을지라도 그대 기억나시면
잊어요 아무말 말고 잊어요 잊어요 잊어요
그 희미한 어둠 속에서 그대가 돌아서가도
난 아무 말 없이 웃어요
아무말 없이 웃어요 웃어요 웃어요
https://youtu.be/v7EY5SwjKmc
어둠이 내린 BOQ 뒷편 쓰레기 소각장에 우리는 하나둘 모였다.
아직까지 온기가 남아있는 듯한 이불과 담요, 베게와 츄리닝과 전투복, 비행연구자료 등이 소각장의 불꽃 속으로 던져져 사그러져 가기 시작했다.
모두들 아무 말 없이 불꽃 속으로 사그러드는 물건들을 보며 침묵 속에 서있을 때, 한 동기생이 나즈막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평소부터 중후한 중저음의 바리톤 목소리를 자랑하던 그 친구의 노래 마디마디는 내 마음속에 각인되고 말았다.
몇일전인 1월 31일 대전 국립현충원에 공사 39기 최초의 공중 순직자인 동기생 준호의 안장식을 마치고 몇일 만에 돌아와, 유족들이 유품을 챙겨가고 난 나머지 물품들을 소각하는 자리였다.
시신마저 못찾아 동기생의 정복과 정모 구두를 넣고 화장의 형식을 빌어 안장하고 난 뒤라 모두들 침울할 수 밖에 없었다.
그후로 전역할 때까지 노래방에 갔을 때 울적하거나 동기생이 생각날 때면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러다가 김돈규의 '나만의 슬픔'이 나오면서 내 18번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 뒤로도 2명의 동기생과 십수명의 전우를 더 보냈다.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과 같이 생활하던 16년이었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간 한동안 잊고 지내던 그 노래가 문득 생각났다.
시신도 못찾아 유품만으로 장례를 치렀던 동기생은 보름 뒤 동해안 어부의 그물에 의해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고, 우리는 또다시 한번의 정말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뤘다.
1992년 1월 29일 정오경 故 공군중위 김준호
경상북도 울진 후포 앞바다 上空에서 순직(殉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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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송골매 9집)
- 송골매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슬픈 노래
날 위해 부르지마세요
무덤가에 장미꽃도 심지 마시고
아무것도 심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슬픈 음악
날 위해 만들지 마세요
무덤가에 백합꽃도 심지 마시고
아무것도 심지 마세요
푸른 잡초가 무덤위에서
이슬에 젖을지라도 그대 기억나시면
잊어요 아무말 말고 잊어요 잊어요 잊어요
그 희미한 어둠 속에서 그대가 돌아서가도
난 아무 말 없이 웃어요
아무말 없이 웃어요 웃어요 웃어요
https://youtu.be/v7EY5SwjK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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