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이야기.
많은 분들이 영화 때문인지, 미사일이나 어뢰가 다가오면 비행기 레이더 스코프(잠수함은 소나 스코프)에 다가오는 미사일의 심볼이 다가오는 방향과 거리까지 표시될 거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그렇게 표시되지 않습니다.
이지스함이나 신예 전투함, 그리고 지상에 배치된 이지스 어쇼어나 THAAD, PAC-3등의 표적 탐지 및 추적 레이더의 경우는 탄도 미사일이나 대함 미사일과 같은 순항미사일은 심볼로 표시되면서 위치와 고도 속도까지 나타납니다.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 통제소의 레이더 스코프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 통제소 스코프에 나타나는 표적과 미사일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의 CIC(전투통제소)의 무장 통제 스코프와 콘솔
하지만, 전투기 레이더는 순항 미사일은 탐지 및 추적이 되어도 공대공 미사일은 너무 작아서 탐지 및 표시가 되지 않습니다. (지대공 미사일도 대형 미사일이나 나타나고 그것도 기체 전방에서 날아올 때나 나타납니다.) 이유는 전투기 레이더는 이런 소형 고속의 비행체까지 탐지해서 분석하기에는 너무 소형이고 출력도 적기 때문입니다.
그럼 전투기에서는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어떻게 인지하고 회피기동을 할까요?
전투기에는 RWR(RADAR WARNING RECEIVER)와 MWS(MISSILE APPROACH WARNING System)이란 장비가 있습니다.
RWR은 적의 아군기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레이더(전투기, 지대공미사일 유도 레이더, 대공포 조준, 능동유도 미사일 탑재)에서 나오는 전파를 탐지하고 그 특성의 변화를 파악해서 탐지 단계인지? 추적 단계인지? Lock on(조준) 단계인지와 대략적인 방향, 그리고 어떤 무기의 유도 레이더인지를 RWR scope 또는 통합 전장상황 display와 여러가지의 신호음으로 조종사에게 알려줍니다.
F-35의 터치스크린식 통합전술디스플레이
F-16의 계기 배치와 RWR(좌측상단)
각종 위협 심볼이 RWR에 나타나는 모습.
조종사는 심볼이 방향을 살펴보고 회피기동을 준비하다가 lock on 심볼과 경보가 뜨면 바로 회피기동을 실시합니다.
미사일의 접근 속도는 마하 2~4 정도로 매우 빠르고 조종사가 보기에는 총알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처럼 회피기동을 해도 계속 쫓아오는 미사일을 뒤돌아 보면서 피하는 게 아닙니다. 미사일 또한 한번 목표물을 스쳐 지나가면 다시 되돌아와서 추적할 에너지가 없습니다.
즉, 단 한번에 표적의 예상경로까지 계속 비행경로를 수정해서 날아가되 한번 지나치면 끝!인 무기입니다. 미사일은 통상적으로 표적의 비행궤도가 변화하는 것의 2~8배의 각가속도로 궤도를 변경하면서 표적의 미래예상위치로 비행을 합니다. 그리고 공대공 미사일의 로켓 모터는 비행내내 연소되는 sustainer 방식이 아니라 대부분 발사 초기 2~3초 정도면 연소되어 추진력을 얻는 booster 방식입니다.(일종의 폭약).
지대공 미사일의 경우 나이키나 SA-2/3/5같은 다단 방식인 경우는 1단은 booster, 2단은 sustainer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투기의 미사일 회피기동은 미사일이 자신을 쫓아오기 위해서 미사일 기동 제한치를 초과하도록 급선회를 하거나, 로켓 모터가 연소된 후 초기에 얻은 관성력(에너지)로 비행하는 미사일의 운동 에너지를 고갈시키기 위해 전투기의 경로와 고도를 특정한 간격과 방법으로 계속해서 변경하는 기동을 실시합니다.
즉, 미사일이 내가 급선회하는 것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거나, 미사일의 에너지를 고갈시켜 나에게까지 못오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지,
영화에서처럼 미사일이 나를 지나치고도 다시 선회해서 돌아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사일의 속도가 전투기와 비슷하지도 않습니다.
MIG-29의 RWR. 서방제 디지털 장비가 아닌 아날로그형 장비이다.
실제 전장에서 대형의 지대공 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을 목격한 조종사들의 증언에 의하면, 나를 조준하고 날아오는 미사일은 그 미사일의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면 나를 조준하고 내 미래 위치로 날아오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는 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급격하게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미사일이 움직이는게 보인다면 그건 나를 조준한 미사일이 아니거나, 조준이 되지 않은 미사일이라고 합니다.
공대공 미사일의 경우는 연소되는 가스를 볼 수는 있지만 미사일이 보인다면 그건 아마 죽기 직전일 거라고 합니다.
레이더 유도 미사일은 RWR을 통해서 조종사가 인지하지만 적외선 유도 미사일이나 레이저 유도/광학유도 미사일의 경우에는 RWR에 탐지가 안되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런 유도방식의 미사일은 접근하는 미사일의 모터에서 발생하는 강한 열에서 방사되는 적외선과 자외선을 탐지하는 MWS(Missile Warning System)이란 장비를 사용합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의 후방 MWS. 길게 튀어나온 꼬리가 후방 탐지 MWS임.
AN/ALR-54 MWS SYSTEM의 센서와 OH-58 헬기에 장착된 모습
이 탐지장비가 미사일 로켓 모터에서 방사되는 특정영역의 강한 적외선과 자외선을 탐지해서 그 방향을 조종사에게 알려주고, 적외선 기만탄이나 예인 교란장치를 자동 또는 반자동으로 사용하면서 회피기동을 실시하게 됩니다.
SAAB SA-39 GRIFEN 전투기에 탑재된 MWS
잠수함에 다가오는 어뢰의 경우는 어뢰의 추진음이 탐지되어서 다가오는 방향만 나타납니다.
그 이유는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는 근본적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 속을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통상 소나 시스템은 수동소나와 능동 소나의 2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수동소나(passive sonar)는 목표물에서 방사되는 소리를 들어서 정보를 얻는 소나이고, 능동소나(active sonar)는 ACTIVE PING, 즉 음파를 방사하여 목표물에 반사/산란되는 소리를 이용하여 표적에 대한 정보를 얻는 소나입니다.
각종 소나 스코프. 영화에 나오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
잠수함은 근본적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수중에 숨어있다가 적을 기습하는 암살자같은 무기입니다.
액티브 핑, 즉 소나가 초음파를 발진해서 적의 잠수함이나 어뢰를 탐지하는 경우라면 내가 음파를 발사한 시간으로부터 반사파가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서 목표물의 위치와 방향까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액티브 핑을 쏘는 능동소나를 사용하면 내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과 방향, 액티브 핑의 강도에 따른 대략적인 거리를, 적에게 내가 적을 탐지할 수 있는 거리보다 4배 이상 멀리까지 알려주게 됩니다.
또한 음파의 수중 전달 속도는 빛보다 현저히 느려서 1,500M/SEC 정도입니다. (이론적으로 음속이 매질의 압력과 밀도의 제곱근에 비례합니다.) 그래서 근거리에서는 거리 판단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액티브 핑은 정말로 표적을 확실히 공격해서 숨통을 끊을 수 있는 경우로 어뢰 발사전 정확한 거리와 방향을 알고 싶을 때 사용하거나 경고를 줄 경우에만 사용합니다.
수상함의 경우에도 통상적으로는 잠수함을 탐지할 때 엔진 출력을 줄이거나 끄고 적 잠수함에게 노출되지 않으면서 수동소나의 청음모드나 디지털 탐지모드를 사용하고, 능동 소나는 수동소나로 적 잠수함의 위치를 탐지한 후 정확한 공격제원을 산출하고 경어뢰나 폭뢰로 잠수함을 공격할 때만 사용합니다.
그럼, 어뢰의 위치(방위와 거리 모두)를 아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우리 잠수함이 소나의 액티브 핑을 쏴서 적 잠수함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경우라면 어뢰발사 순간의 음향을 듣고 계산해서 어뢰의 현재 예상 위치와 충돌시까지 남은 시간 등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후 계속적으로 액티브 핑을 발진한다면 접근하는 적 어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지만, 어둠의 심연 속에 있는 적 잠수함에게 우리 잠수함의 위치를 마치 어둠 속에 횃불을 들고 도망가는 것처럼 계속 알려주게 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함미 뒤로 길게 끌고가는 예인식 소나나, 선체 측면을 따라 센서가 주욱 늘어서 있는 프랭크 어레이 소나를 장비하고 있다면 각 센서에 반응하는 어뢰 항주음의 각도 차이를 측정해서 삼각측량으로 어뢰 위치를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이 것 자체가 물속에서의 음향 속도 지연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이론적인 것이지 실제 가능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전히 잠수함 승무원 특히, 장교들에게 스톱워치는 매우 중요한 전장 상황 판단도구입니다. 최근에는 많이 디지털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컴퓨터 장비의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결론을 내자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1. 적의 미사일이나 어뢰가 날아오는 것이 전투기나 전함/잠수함의 스코프에 위치까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2. 한번 회피에 성공한 미사일이 다시 되돌아와서 계속 꼬리를 물고 쫓아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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