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0일 동해 독도 동북방 180km의 한일 중간수역에서 표류 중이던 북한 어선을 구조하기 위해 작전 중이던 대한민국 해군 DDH-971 광개토 대왕함과 해양경찰청 독도경비함 5001 삼봉함 상공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의 P-1 대잠초계기가 한국해군에게서 적대적 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으로 시끄럽다.
이러한 주장은 한일간의 외교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한·일 중간수역(녹색)
독도로부터 180km 반경. 한일 중간수역 내에 위치하며,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도, 12해리 영해 상도 아닌 공해상이다.
양측 주인공들(?)
해양경찰청 5001 삼봉함
대한민국 해군 DDH-971 광개토대왕함
일본해상자위대 대잠초계기 P-1
양측의 발표와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당시 한국측은 북한 어선이 표류하면서 보낸 구조요청에 따라 구조작전을 수행 중이었고, 일본 측은 배타적 경제수역 인근의 해상 감시 활동 또는 유엔의 대북 안보리 결의 2397호: 미사일 발사에 따른 제재 (2017.12)와 불법 밀수에 대한 제재 (2018.3)를 집행하기 위한 작전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작전을 수행중이던 아군 함정을 식별 및 확인하기 위해 상공으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의 P-1 대잠초계기에게 광개토대왕함이 개함방공용 함대공 유도탄 RIM-7P SEA SPARROW의 유도에 사용되는 STIR-180 목표조준 레이더를 작동하여 조준했다는 것이 일본 측의 주장이다.
반면 한국 측의 주장은
당시 광개토대왕함이 있었던 한일중간수역 동북방 해역에 4미터의 너울과 5미터의 높은 파도가 출렁이고 있어서, 파도 속에 가려진 작은 목선 크기의 구조 대상 선박을 항법 레이더인 SPS-95K 레이더만으로 찾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에 따라 대공 초계 및 추적용 레이더인 MW-08과 정밀 추적 사격통제 레이더인 STIR-180까지 사용해서 북한 어선을 탐색 중이었고, 일본 대잠초계기에 대한 의도적이건 비의도적이건 미사일 발사 직전 상황으로 SEA SPARROW 미사일을 유도하는 CW파(연속파)를 발사하거나, 추적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상호 조율이 없거나 훈련이 아닌 상황에서 아군이 아닌 상대에게 화력통제 레이더로 수색이 아닌 추적 모드나 유도모드로 조준하는 것은 평시 교전규칙에서도 "적대행위"로 구분하는 위험한 행위이다. 다만, 한일간이 아군이라고 보기도, 적성국이라고 보기도 그렇다.
해프닝 발생해역은 보도에 의하면 한일 양국의 영해나 EEZ(배타적 경제수역)가 아닌 중간관리해역 즉 완벽한 공해이다. 그 어느 쪽도 공격적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사실, 양국이 진실되게 일본 측의 오해이거나, 한국 측의 잘못인지 아닌지를 따지고 싶다면 간단하다.
대부분의 대잠초계기는 ESM(전자전 지원 및 정보수집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고, 이 때 탐지된 전파특성(주파수, PRF/PRT, BAND WIDTH, FREQUENCY HOPPING, power dencity 등)을 기록하는 recorder가 있다.
마찬가지로 광개토급 정도 되는 구축함 대부분의 CIC에는 전투함이 실시한 모든 행위(레이더의 가동과 운용 모드, 피아 장비와 미식별 표적이 발산하는 각종 전파와 탐지된 것과 일정시간동안 EOTS가 쵤영한 자료)를 녹화해두는 recorder가 장착되어 있다.
이번 해프닝이 누구의 잘못인지 가리고 싶다면, 특정시간대의 기록에 대해 일본 측은 P-1이 기록한 recorder와 우리측은 광개토함이 기록한 기록과 EOTS의 화면을 공개하면 된다.
하지만, 양국은 결정적인 증거인 DATA RECORD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데이터 자체의 획득 및 분석 능력, 그리고 아측 함정의 대공 방어능력과 작전 프로토콜을 알아 볼 수 있는 군사 비밀이기도 해서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28일 일본 방위성은 인터넷에 해상자위대 초계기 P-1이 지난 20일 동해에서 북한 어선 구조에 나선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을 추적하며 찍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http://www.mod.go.jp/j/press/news/2018/12/28z.html?fbclid=IwAR0UIfpQvQWXViPx_6H7ysUHnnOvyCwBr8FbWPuw48sMiYXN6kTSWUzD3pg (일본 방위성 홈페이지)
13분7초짜리 동영상에는 한국 함정 모습과 초계기 탑승자들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영상에서 일본 초계기 탑승자들은 1분과 4분 쯤에 기내에 경고음이 들린 후 “에프시(FC, 사격 통제용) (전파가) 나오고 있다” “피하는 게 좋겠다” “(한국 함정) 포는 이쪽으로 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의 경고음은 아무리 들어봐도 레이더경보장치(RWR : RADAR WARNING RECEIVER)의 LOCK on 경고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최대한 일본 측의 편에서 들어보고자 해도, 새로운 위협 대상이 탐지되었다는 DETECT AUDIO로 들린다.
조종사가 영어로 “한국 해군 함정, 함 번호 971. 우리는 일본 네이비(해군)다. 에프시 안테나가 우리에게 향한 것을 관찰했다.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것도 의문이다. 실제 RWR에 LOCK on WARNING이 뜬 상황이고, 내가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통신사 또는 기장이라면 "우리는 일본 해군이다. 귀함이 우리를 조준하고 있다. 목적이 무엇인가? 또는 조준을 하지 마라!"라고 경고 방송을 할 것이다.
현장에 있던 한국 해경 경비함 ‘삼봉호’와 북한 어선으로 보이는 선박이 함께 찍히기도 했다. 방위성은 동영상에 “국제법과 일본 국내 법령에 규정된 고도와 거리 이상으로 비행”이라는 자막을 붙였다. 한국 국방부가 일본 초계기가 위협적 저공비행을 했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고도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해군의 주장에 의하면 1,000피트 ~ 1500피트 사이의 고도로 비행했다고 한다.
일단,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일본측 대잠초계기가 일본측 영해인 노도반도 상공에 있었는데, 아군 광개토함이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까지인 일본 영해까지 접근해서 레이더로 조준했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동영상에서 보면 광개토대왕함 직상공 1,000피트 정도에서 촬영했는데 어디서도 해안선이 안보인다. 적어도 50해리 이상 해안선에서 떨어진 상태라는 이야기이고, 50해리는 일본측 배타적 경제수역이라고 하더라도 영해가 아닌 공해상으로 항행의 자유가 보장된다.
따라서, 독도 동북방 180km(100해리)의 공동 수역이라는 한국측 주장이 설득력있다.
다음은 동영상에서 나타난 일본 대잠초계기의 비행패턴을 살펴보자.
통상 초계기의 함정 식별 고도는 500~1000피트이다. 500피트 이하로도 자주 내려간다.
함(선)명이나 hull number를 확인하거나 갑판 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00피트까지 내려가야 한다.
(나는 F-5F 전투기로 선명을 확인하고 갑판의 활동을 확인하기 위해 고도계가 -고도를 가르킬 때까지도 내려가봤다.)
고로, 한국측 주장처럼 330미터(1000피트)는 그다지 낮은 고도가 아니다.
통상적인 대잠 초계기의 선박식별 패턴은 약간 높은 고도에서 배 위를 지나가고 뒤로 돌아, 선박의 진행방향과 나란히 날면서 선박의 측면으로 지나가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면에서 접근해야 할 때는 함정의 진행방향으로 정면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약간 비껴나서 접근하고,
측면에서 접근할 때는 함정을 향해 꽂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진행방향 앞이나 후미쪽으로 멀리 비껴서 접근한다.
그런데 이런 패턴이 아니라, 선박의 정면이나 측면에서 저고도로 기수를 꽂고 들어오는 것은 매우 적대적이며 공격적인 접근방법이다.
식별당하는 쪽에서 볼 때 위협적이기 때문에, 군용기임이 식별되고, 함정에서 경고방송을 함에도 계속 접근하거나, 뒤늦은 식별로 경고할 시간여유없이 자위행위에 나설 경우, 충분히 무장 추적 레이더의 가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구소련 킨다급 미사일 구축함의 측면을 비켜서 지나가는 미해군 P-3B 대잠초계기.
킨다급 구축함도 미사일 발사대와 포구를 대잠초계기 쪽으로 지향하지 않는 것으로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대잠초계기는 저고도로 삼봉함의 우측 측면의 후방에서 접근을 시작해서, 광개토대왕함의 좌측 후방으로 가로질러간다.
이것은 군함에게 있어 대단히 위협적인 공격기동으로 간주된다.
아래 사진은 1961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중거리탄도탄(IRBM)을 적재한 구 소련의 화물선 상공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며 공세적으로 정찰하는 미해군 P-3A의 모습이다. 사진 하단의 구축함은 화물선을 근접추적하는 미해군의 셔먼급 구축함이다.
일본 측 조종사의 식별을 위한 기동은 대단히 잘못되었다.
광개토대왕함은 조난 선박을 찾기 위해 대공 감시 레이더로 AN/SPS-49(V) 2차원 레이더, 대공/대수상 겸용 목표 획득 및 추적용 3차원 레이더로 MW-08 레이더, 항법 레이더인 SPS-95K 레이더, RIM-7P SEA SPARROW 및 127미리 함포 사격통제레이더로 STIR 180 레이더가 갖춰져 있었다.
MW-08은 우리 해군의 KD-1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3척, KD-2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6척에 탑재된 주력 대공 탐색 추적 레이더지만, 최근 운용되고 있는 함정용 대공 레이더 가운데서는 가장 낮은 수준의 성능을 가진 레이더다. 네덜란드 시그널사 제품으로 최대 탐지거리는 110km라고 하지만, B-52나 P-3와 같은 대형 항공기에 대한 최대공중표적 탐지거리는 80km, KF-16급 전투기 탐지거리는 40km 이상, 최대 해상표적 탐지거리는 40km, 저고도 sea skimming stealth 대함미사일 최대 탐지거리는 20km에 불과하다. 또한, 특정목표에 대해 안테나를 지향하고 탐지 및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360도 지속회전을 하면서 탐지 및 추적을 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다음은 일본측이 정조준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STIR-180 레이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