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야기

공수훈련 유감(2017년 9월 4일 페이스북 게재)

無名人 the first 2018. 8. 6. 00:10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무저갱이 이곳일까?

하염없이 떨어진다.

잔뜩 웅크리고 앞가슴에 모은 손이 얼어붙어 떨어지지를 않는다.

어느새 아득하게 보이던 땅바닥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어이! 씨! 펼쳐질 때가 되었는데.... 아까 첨부터 숫자를 셀 껄... 아이!씨... 펼쳐질 때...!"

갑자기 고개가 젖혀지고 몸에 충격이 강하게 온다.
조금 전까지 바짝 얼어 꼼짝도 못하던 몸이 움직인다.
고개를 젖혀 올려 본 하늘에 옅은 카키색 낙하산이 펼져져 있다.
"아! 살았다!"

거여동에서 한달동안 매일같이 웃통벗고 구보하고, PLF하고, 산개훈련, 이송훈련을 하고 대망의 첫번째 점프날.

기상 불량으로 수송기 대신 매산리에서 기구를 탑승하고 첫번째 점프를 한단다.

"이런 c8...."
""기구에서 떨어질 때는 기분도 나쁘고 예비낙하산 펼칠 시간도 안된다는데... 
아... 난 총각귀신으로 죽는구나...."

앞에서 몇개 팀이 이미 뛰어내리고, 이미 뛰어 내린 동기들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낙하산을 챙겨서 내려간다.

이제 내 차례!

겁먹지 말아야지... 겁먹지 말아야지...

덜커덩!
갑자기 기구가 출렁거리더니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앞에서 빨간모자 특전사 교관이 짙은 라이방을 쓴 채 이죽이죽거리면서
"에... ***차에 기구에서 강하하다가 사고가 있었는데... 어쩌구 저쩌구..."

*야! 이 씨발라먹을 교관분아! 옥음좀 다물어다오!"

시간이 지나자 다시 한번 기구가 덜커덩 거리더니 멈춘다.
교관이 다시 이야기한다.
*자! 올빼미 여러분! 밑을 한번 봅니다!"

아이 씨발라먹을.... 내려 보니 까마득해 보이고, 염통이 쫄깃쫄깃해진다.

나는 세번째!

첫번째 동기가 자세를 취하고 앞으로 나간다. 갑자기 교관이 동기를 잡는다. 놀란 동기생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교관이 쑥 밀어버린다.
동기생은 악! 소리도 못지르고 두눈만 크게 뜬 채 바닥으로 쑥 사라져버린다.

그 다음 동기생도 어느 순간 쑥 사라져 버린다.

이제 내 순서!
마음 속으로 그동안 수백번 막타워에서 반사적으로 취했던 자세와 카운팅을 대뇌이며 앞으로 나간다. 바닥은 차마 못 보겠다. 저멀리 산능선을 보고 앞으로 나가니 뒤에서 뭐라고 하는데 jotto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
갑자기 뒤에서 툭치고 밀려서 떨어진 건지, 내가 앞으로 나가서 떨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무저갱으로 떨어진다.
.
.
.
낙하산이 펼쳐지고 나니 여유가 생긴다.

DZ를 향해 조종끈을 꺼내 당기면서 내려가 접지를 한다.

낙하산을 접는데 웃음이 나오면서 의기가 양양해진다.
"야! 해냈다!"

교육단 내무반으로 돌아오니 다들 요란 시끌벅적이다.
(그 다음날 특전사 하후보들과 단체로 패싸움한 것은 나중에...)

2번째 강하는 **비행장으로 갔다.

초여름 한껏 달궈진 주기장 콘크리트 바닥에 산악복을 입고 낙하산을 메고 널브러져 있다 보니 저 멀리서 C-123가 몇대 들어온다. 
야! 이거 월남전 때 쓰던 피스톤엔진 프로펠러기인데...
이거보다는 C-130이 좋은데....

어느새 비행기에 올라 하늘로 올라간다.
에어컨도 여압도 안되는 낡은 비행기의 찌는 듯한 더위 속에 의자에 앉아 있다가 교관의 지시에 따라 일어선다.
생명줄을 철선에 걸고 앞에 선 동기 낙하산과 생명줄을 봐주고 헬멧을 두들겨주며 "**번 올빼미 이상무!"를 외치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해 보리라! 다짐을 한다.

앞에서 교관들이 뭐라 강하문 앞에서 이야기를 하더니 빨간 리본을 던지고 아래를 내려다 보더니 이내 공수부대 요원이 맨앞에 선다.(내 기억으로는 병장이었는데 유지점프를 한다고... 당시에도 전투병은 없었지만 공수부대 병사들도 기본 공수 훈련 후에 유지점프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한바퀴 비행기가 도는데, 비행기가 기울자 훤하게 열린 강하문 밖으로 땅이 크게 보인다.

잠시 후 비행기가 수평을 잡더니 직진비행을 한다. 그리고 이내 "Go! Go! Go!" 소리가 들리고 나가야 되는데 맨 앞 공수부대가 강하문을 두손으로 붙잡고 안나간다.

다시 "Go!"를 외쳐도 안나간다. 결국 교관의 워커발질에 허공으로 사라진다. 그리고는 이내 움찔움찔 그리고는 바로 우르르 강하문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강하문이 다가오고 강하문을 향해 턴을 하려는 순간 교관에 의해 허공으로 내던져진다.
"어! 이게 아닌데! 일만 이만을 새어야 하는데... 어..."
이런 생각과 동시에 비행기 꼬리가 쌱!하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바로 퍼더덕! 쿵! 낙하산이 펼쳐진다.

기구와는 비교가 안되는 높이이다.

바로 DZ를 확인하고 방향 조절끈(스트랩)을 잡아 당기는데 아래에서 "** 강하자 예비산을 펴라! **강하자 예비산을 펴라!"라는 방송이 계속 들린다.

머리 속에서는 "에이! 낙하산이 안 펼쳐졌나 보다. 우리 동기생도 공수훈련 받다가 순직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내가 접지할 DZ를 찾느라 둘러 볼 여유가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점프 후 낙하산은 뽑혔는데 꼬여서 펼쳐지지 않은 채로 자유낙하를 한참을 하다가 저절로 펼쳐졌다고 한다. 해당 동기생은 교관들이 달려들어 괜찮냐고 물어볼 때까지 자기는 정상이고 다른 동기생에게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지금은 A 항공사에서 기장으로 잘살고 있다.)

이내 땅이 닥치고, 그동안 배운 접지 자세대로 멋지게 접지!..... 는 개뿔! 뒤통수부터 땅바닥에 철퍼벅하는 해골 접지!

그래도 너무나 신명이 났다! 기분도 최고!

3번째, 4번째 강하는 대망의 C-130H!


이미 두번에 걸쳐 익숙해지고 비행기도 더 좋아서인지 다들 무리없이 점프하고, 나도 이제는 뛰면서 카운팅도 잘하고, 점프 자세도 신경쓰면서 착지까지 무리없이 잘 끝냈지만,
28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공수훈련 가기 전 고향에서 첫사랑과 반강제로 했던 생애 첫키스를 빙자한 주둥아리 박치기(입술이 이빨에 찍혀 터졌었다.)와 
첫번째 기구 강하와 두번째 C-123 강하, 
그리고 패싸움과 
고소공포증으로 막타워를 뛰어 내리지 못해 퇴교를 당했던 동기생(요즘은 일부러 공수훈련 아프다고 열외한 여자생도가 학업성적이 1등이라는 이유로 교장 목 달아나게 만들며 대통령상받고 졸업한다는데 우리 때는 교장 말한마디면 졸업을 한달도 안남긴 4학년도 그냥 짐싸서 학교를 나갔다.)이다.

이젠 아련한 추억이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점프해보고 싶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