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야기

한반도에서의 항공작전시 민간인 피해에 대하여...

無名人 the first 2015. 6. 21. 16:26

한겨레 신문의 "저 꼴을 당하려고 식민지에서 해방된 건가" (http://m.hani.co.kr/arti/culture/book/696665.html)에 대한 김병륜님의 facebook 포스팅에 댓글로 달았다가 아예 새로 글을 답니다.

결론적으로 "민간인 거주구역에 대한 폭격이 정당하다!"가 아니라 "민간인들을 피해가며 폭격하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가 결론 되겠습니다.

 

사실 민간인 거주 구역에 대한 폭격으로 인한 비전투원의 인명피해를 단순히 collateral damage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경우 실제 임무를 위해 비행 중 볼 때, 민간인 구역과 전투원 구역을 쉽게 구분할 수 없음도 사실입니다.

대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유럽처럼 시가지와 동떨어진 평원이나 강과 계곡같은 지형적 장애물이 아니라 도시와 도시(촌락)을 연결하는 고개(대부분 소규모 촌락이 주변에 위치합니다)이거나 강이라고 해도 거의 대부분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형상이라(주요 교량이 도시 내부를 관통하면서 위치하지요) 민간인 거주구역과 완전히 분리된 전투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특히 기동전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지요.

 

하나 더 첨가하자면 남한이나 북한이나 대부분의 군 주둔지가 최초에는 인구밀집지역에서 이격되어 있었지만 인구와 도시의 팽창으로 인해 상당수가 인구 밀집지역으로 편입되었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전투가 벌어지지 않더라도 한반도 지형상 주둔군이 산 기슭이나 밭에서 야영할 생각이 없다면 쓸만한 휴식장소는 학교/부대/공장/공공체육시설(운동장/체육관)/강변 둔치 등으로 한정되는데 이게 다 인구밀집구역입니다.

과거 이문제로 CAS/BAI 훈련시 JTAC 등과 설전도 여러번 벌였지만 아 기동부대 조차도 민간인 피해 방지를 위해 숙영지를 선정한다고 해도 민간인 밀집구역을 멀리 벗어나지 못하더군요.

 

더구나 1950~53년 이라면 중공군이나 괴뢰군은 제대로 된 야영/숙영용 장비를 가지고 다니지 않을 때라(지금은 가지고 다닐려나 모르겠습니다) 인구밀집지역의 경우 학교/교회/사찰 등의 대형 건물이 숙영장소로, 산악지대의 경우 소규모 촌락이나 독립가옥 전체가 숙영지/은폐지로 징발되었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정말 난감해 집니다.

 

그래서 일부 항공전력의 경우 어차피 gook들이니까 의심나면 폭격하고 본다라는 행태를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1950년 동계 공세 때 괴뢰군 제 10사단이 종심침투했던 영월-풍기-봉화-안동선의 방어를 담당했던 미해병과 항공전력의 경우 정찰기를 이용 소규모 촌락에 적이 은거하고 있는지 없는지 식별하는 방법을 나름 고안해서 적군의 은신여부를 파악한 후 공중 공격을 가하려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후방지역의 경우, (제 아버님도 1951년 2월의 성진 대공습 때 남아 계시던 조부모/본처/자녀 등을 본가와 함께 잃으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상할 정도로 전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시더군요.)

적병력의 주둔지가 인구 밀집지역 내에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전 정치/선전적 의도도 있었다고 봅니다만) 위치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철도역/조차장, 교량 등은 후방 차단을 위한 주요 목표이고,

적군이 파괴된 교량과 그 대체 수단이었던 수중교 등의 보수와 건설에 다수의 민간인을 징발하여 나섰던 점 등이 이런 안타까운 결과를 낳았다고 보는 측면도 있습니다.

 

현대전에서는 그래서 공군 구성군 사령부 내에 기계획 임무건 긴급 임무건 항상 지휘관 결심 직전에 법무 참모가 전쟁법/제네바 협약/교전규칙에 부합되는 지를 최종검토하여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실제 하늘 그것도 2만 피트에 가까운 고도에서 수없이 식별/폭격 훈련을 했던 입장에서 제가 투하한 무장이 적군만을 공격하리라는 확신은 없었습니다.

 

현대의 아프간 전투처럼 매스미디어나 병사들이 직접적 전투영상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되니까 뻔히 적이 저 마을 안에 은거해서 아군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폭격을 가하지 못할 뿐, 체체니아/ 유고내전/그전까지의 아프리카/동티모르/ 동남아/알제리 등 숱한 분쟁지역에서야 항공기와 폭탄이 부족해서 많이 못했을 뿐 닥치는 대로 공격한 것도 사실이지요.

 

그러고 보니 문제가 된 것은 다 미군이 참전한 전쟁들 뿐이군요.

제한되긴 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의 전투와 아닌 나라의 전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최대한 교전규칙과 각종 국제협약을 지키면서 전투를 수행하려 했던 국가의 전투는 민간인 학살/침략전쟁으로 묘사되고, 아예 언론인들의 접근이 곤란했던 전쟁들은 그저 그렇게 참상이 덮혀진 채 넘어가니 말입니다.

체챈 게릴라들이 도시 지역에서 코카서스 산맥 속으로 들어가서 결국 괴멸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다들 아시잖아요. 게릴라가 나타나면 그 마을 전체를 평탄화해 버렸으니까.....

그런 일이 아직도 아프리카나 시리아, 리비아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도덕적이라고 미국에게 고마워 해야 할 지, 아니면 아직도 대남 공산 해방을 노리는 저 정은이 퇘지 새키를 원망해야 할 지 저는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