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3일차
요세미티 와워나 호텔 - 마리포사 글로브 - 요세미티 밸리 - 엘 캐피탄 - 타이오가 로드 - 비숍
주행거리 180 마일 이상, 순수 주행시간 최소 3시간 25분
요세미티의 늦가을 밤은 매우 춥다. 밖에는 어떤 소음도 없이 조용하지만, 자다가 생리현상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면 냉기에 정신이 번쩍 들어버린다. 하지만,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그 수많은 별들이란...
아침일찍 일어나서 호텔 본관의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사실 작년에 왔을 때는 식사가 되는 줄도 몰랐다. 그래서 그냥 아침을 지어 먹었었는데, 알고 보니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 안 알려줬던 것이었다.(나쁜...)
식사는 american breakfast였는데 꽤 훌륭했다. 햄, 스크램블 에그, 베이글, 패스츄리, 식빵, 각종 잼과 마멀레이드, 스프, 과일, 음료수와 커피 등... 일반 모텔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좋고 1급 호텔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따뜻한 페치카가 있고, 새소리가 들리는 아주 분위기 좋은 곳이다.
일단 입장 전에 입구의 직원에게 파우쳐를 보이고 순서를 기다리면 된다.
(먹고 나서 테이블에 팁 2$ 넣고 나옴)
호텔 로비에서 빈 테이블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찰칵!
호텔 방에서 보이는 골프코스의 모습도 아름답고... 하여간 와워나 호텔은 몇번이고 와 봐도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와워나 호텔 본관
우리가 묵었던 호텔 별관
부지런히 짐을 챙겨 마리포사 글로브의 자이언트 세쿼이어 숲으로 차를 몰았다. 자이언트 세쿼이어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도 요세미티와 세쿼이어 & 킹스캐년 국립공원 지역에만 서식하는 독특하고 거대한 삼나무이다. 지구 상에서 가장 몸집이 큰 식물이라고 한다. 그 중 가장 큰 그리즐리 자이언트는 대략 2,500여 년의 수령을 갖고 있는데,키가 80미터가 넘으며, 둘레는 32.4미터나 된며, 가장 낮은 가지는 지상에서 38.7미터의 위에 뻗쳐 있다. (키가 가장 큰 식물은 역시 북부 캘리포니아 해안지대에 있는 red wood 들이다. 키가 200m가 넘는 놈들도 있다고 한다.)
솔방울도 무척이나 크고, 단단해서 송진에 덮혀 있던 것이 화재로 인해 껍질이 벗겨져 세대를 이어 나간다고 한다.
또한 화재는 주변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식물들도 없애 주어서 자이언트 세쿼이어의 생장을 돕는다고 하니까 참 자연은 신비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안내판 옆에서 귀동냥으로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작년에 절반 정도 알아듣고, 올해 절반 정도 알아들으니 얼추 다 설명을 받은 것 같다. ㅡ.ㅡ;;)
이후, 숲 맨 위 쪽에 위치한 마리포사 그로브 박물관(Mariposa Grove Museum)에서 자이언트 세쿼이어와 관련된 몇가지 전시회를 열고 있다고 하여, 작년에 중간 쯤 밖에 못 갔던 트레일 코스를 끝까지 가고자 마음을 먹고 온 가족을 이끌고 출발했다. 무료 트램 기다리기가 싫어서 그냥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500m 쯤 가서 물을 잊고 온 것을 깨달았으나 그냥 가기 시작했다. (아뿔사! 이것이 무료 트램 투어 포기와 더불어 이날의 가장 큰 실책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트래킹 코스 초입의 Fallen Monarch. 자료 사진을 보면 이 나무 위에 1개 중대의 기병대 병력(180여명)이 말에 탄 채 올라가서 찍은 사진도 있다.
정말 크다! grizzly giant! 나무 밑의 사람들을 보면 얼추 크기가 짐작가지 않는가?
트래킹 코스 증간 중간의 나무들 중 하나
대략 30분에서 한시간으로 예상한 트래킹이었으나, 연로하신 장인 장모님과 아들/딸을 너무 과대 평가했었다는 것은 잠시 후부터였다. 바로 갈증을 호소하는 아이들과, 늦가을 건조한 날씨로 흙먼지가 풀풀나는 산길, 그리고 뜨거운 햇살은 우리를 괴롭혔다. 이곳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아직 건기, 발 아래 흙길은 살살 걸어도 먼지가 풀~~풀~~ . 공기는 가쁜 숨을 들이키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의 수분을 빼앗아가고 햇살은 뜨거웠다.
하여간, 목이 마르다고 보채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우여곡절 끝에 산책 코스 가장 위의 마리포사 그로브 박물관에 도착했는데...
아뿔사, 내부 공사로 인해 당분간 문을 닫는단다. 거기다 화장실도 잠겨 이용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데모 일보 직전이고, 마침 꼭대기까지 온 트램이 자리가 많이 비어 있길래 "어차피 무료니까 빈자리 탈 수 있냐?"고 물어 봤더니, 밑에서 탑승한 사람만 탈 수 있단다. (호곡~~~~!!!)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30분여를 걸어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날은 푸르고, 나뭇잎은 푸르른 것이 정말 아름답다.
하여간 두번 째로 방문한 마리포사 글로브를 뒤로 하고 다시 요세미티 계곡으로 향했다.
마리포사 글로브에서 요세미티 계곡으로 들어가는 터널을 빠져 나오며 보이는 요세미티 계곡
이건 2007년 10월 말에 방문시 찍은 일출 시간의 요세미티 계곡
요세미티 계곡에서 일단 점심으로 미리 준비해간 밥에 반찬을 곁들여 뚝딱 해치운 곳이 바로 엘 캐피탄 절벽 밑의 피크닉 에어리어...
점심을 먹어 치우고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엘 캐피탄을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 가운데 절벽 틈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이 보인다. 또 한명이 있었는데, 이 사진에서는 안 보인다.
탐론 28-300mm 렌즈
일단, 오늘 밤 잠을 청할 Curry Village의 Cavin Without Bath에 짐을 풀고 계곡 내를 산책하고자 커리빌리지 사무실을 향해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커리 빌리지로 가는 도중의 숲길
그런데, 사무실에서 열쇠를 받고, 약도를 따라 묶을 통나무집을 찾아 가기 시작했는데, 어라? 이상하다. 2000년 첫 방문시 묶었던 캔버스 텐트 쪽이 아닌가? 가보니, 정말 캔버스 텐트다. 아무리 침대와 이불이 두툼하다고는 해도 여기서는 우리의 옷차림으로 자다가는 거짓말 좀 보태서 얼어 죽는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가격 차이도 엄청나는데...
화가 나서 다시 사무실로 가서 따졌더니,... 뭔 상관이냐는 표정의 백인 할아범 왈..."3일 전에 글레이셔 포인트 쪽의 절벽에서 낙석이 대규모로 발생해서, 캐빈들 지역을 폐쇄했다. 그러니까, 텐트에서 자라"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그럼, 아까 왔을 때 고지했어야 하지 않냐? 그보다 먼저 몇일 전에 발생했으면, 예약 고객에게 고지해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냐? 그리고 차액은 환불해 줘야지, 왜 아무 말도 없이 그러냐? 외국인이라고 그러냐?" 그랬더니 유들유들하게 이메일로 변경사항을 다 보냈단다.(보내기는 개뿔... 귀국해서 확인해 보니 아무 것도 없더라.)
우리는 여기는 너무 추워서 못 잔다. 다른 곳 없냐고 하니 없단다. 이런.. 영감님 보셨나....
환불해 달라고 했더니 환불 조치 해 준다. 그런데, 영수증을 보니, 국립공원 예약센터에서 10% 챠지한 것은 안 돌려 준다. 이건 왜 안돌려 줘? 라고 했더니 자기들은 권한이 없고, 직접 국립공원 예약 센터에 연락해서 돌려 받으란다. (그러면서 시간 좀 걸릴 거라고 한다.) 아무리 난 외국인이라서 전화비도 많이 들고, 할 시간도 없고, 전화 시간대 맞추어서 밤 안자고 해도 상담원 연결이 힘들다고 해도 자기 일 아니란다.
그동안, 요세미티에 대해 가져왔던 좋은 감정을 말단 직원들의 일처리 때문에 망쳐버리는 순간이었다.
하여, 오후 4시가 넘어 어쩔 수 없이 예정에 없는 황혼-야간 타이오가 로드 횡단에 나섰다.
타이오가 로드는 120번 국도를 타고, 요세미티 계곡 내를 가로지르며,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가는 도로이다. 편도 1차선 아스팔트 도로로 해발 2000~3000m의 높이에 있는 숲들과 초원 사이를 가로질러 tioga pass로 해서 동쪽 사면으로 넘어가며, 중간 중간의 하프돔을 반대편에서 볼 수 있는 Olmsted Point와 빙하가 녹은 테나야 호수, 투올로메 메도우 등 아주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잇다. 하지만, 11월 초부터 다음 해 5월 중순까지는 강설로 인해 폐쇄되는 도로이다.
2007년 10월 아침에 Olmsted Point에서 바라 본 하프돔
2008년 10월 25일 해질녘에 olmsted point에서 바라본 하프돔
Tenaya lake는 투올로메 메도우로 가기 직전에 있는 호수이다. 가뭄이 절정에 달하는 10월 말에도 그 맑음과 수위를 유지하는 얼믐처럼 차가운 호수로 호숫가를 따라 길이 나있어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olmsted point에서 바라 본 테나야 호수(2007년 10월말 아침무렵)
olmsted point에서 바라 본 테나야 호수(2008년 10월 25일 해질 녘)
황혼 무렵의 테나야 호숫가
투올로메 메도우. 2700m급 산악 지형에 펼쳐진 초원이다. 들꽃들과 거니는 사슴들이 아름다운 곳인데 해질녘이라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
이내, 어두워지는 타이오가 패스를 넘어 395번 도로를 타고, 또다른 절경인 모노 레이크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고 바로 비숍으로 향했다. 비숍에
도착해서 주유를 47$를 하고 나서는 차안에서 노트북을 켜고 제일 싼 모텔을 찾아 무선 인터넷이 잡히는 곳을 찾아 헤맨 끝에 결국 super 8 모텔을 방 하나 당 95.2$에 잡고 들어갔다. 사실 미리 예약만 했어도 이렇게 비싼 곳이 아니었는데, 예정에 없이 묵게 되어 비싸게 자게 되었다. 사실 라퀸타 인이 더 좋고 쌌는데 라퀸타 인 자체 정책이 방안 흡연을 허용하는 곳이라 어쩔 수 없이 묵을 수가 없었다.
하여간, 모텔 방에서 가볍게 저녁 식사를 해 먹고 나서는 내일 일정을 위해 잠을 청했다.
'2008년 미국 서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08년 미국 가족 여행기6 (10월 28일 Brice Canyon - Canyon Land - Arches) (0) | 2009.03.17 |
---|---|
08년 미국 가족 여행기 5 (10월 27일 Las Vegas - Zion - Brice Canyon) (0) | 2009.03.17 |
08년 미국 가족 여행기 4 (10월 26일 Bishop - Death Valley - Las Vegas) (0) | 2009.03.17 |
08년 미국 가족 여행기 2 (10월 24일 샌프란시스코 - 요세미티) (0) | 2008.11.11 |
08년 가족 미국 여행기 1 (10월 23일 출국 - 샌프란시스코) (0) | 2008.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