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야기

한국공군 조종사들은 최정예 조종사들인가?

無名人 the first 2008. 4. 13. 17:57

 

 

한국공군 조종사들은 우수하다?
많은 분들이 우리 공군 조종사들의 능력에 대해 환상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어느나라 전투조종사이던지, 그들의 속성상 자신과 자신의 집단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은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2차 대전 초의 폴란드 공군도, 겨울전쟁에서의 소비에트 공군도, 태평양전쟁 초기의 미육군항공대 태평양공군도 그랬습니다.
월남전에 투입되었던 미군 전투기조종사들도, 숱하게 이스라엘에게 깨진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사우디 공군 조종사들도 자신들이 최고라고 믿었습니다. 심지어는 중동공군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던 소련공군 조종사들도 그랬습니다.
제가 직접 대화하고 경험한 바에 의하면, 실전에서 피를 본 군대는 겸손하며, 피를 덜 보거나 아예 보지 못한 군대는 교만하더군요. 많은 전쟁을 치루어 본 미군이 그렇고, 연달아 4번이나 패배를 맛본 이집트 군 장교들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전투를 겪어보지 못한 사우디공군 조종사들은 교만하기만 한게 아니라 무지하기까지 했습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들이 뭐가 문제인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베넹이나 나이지리아, 멕시코 군 장교들도 그랬습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평시에는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거나 전쟁을 항시 준비하지 않는 군대의 구성원들은 일반 관료집단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걸 증명하는 것이 1, 2차 대전 초/중반기의 프랑스, 이탈리아, 소비에트 군대입니다. 군대의 존재 이유인 전쟁 억제를 위해서는 평시에 거의 이익이 나지 않는 막대한 예산과 개개인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인명 피해가 요구됩니다. 실전에서 뿌릴 피 대신에 전쟁의 신에게 바칠 다소의 공양물이 필요한 겁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편안할 때는 절대자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듯이 평화시기의 국민들과 위정자들은 군대의 존재 의의와 그 훈련과 소모되는 비용을 아까와 하기 마련이며, 그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쇠락한 국가들의 공통점입니다.
이러한 국민들과 위정자들의 사고는 군대의 지휘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평화가 장시간 지속되었거나 전쟁을 준비하지 않는 군대에서는 전투적인 지휘관들과 장교보다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전시행정과 휘황찬란한 무력의 시현, 그리고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엄정한 군기를 보여주는 관료형 지휘관이 출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훈련 중의 부득이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부대 지휘관 뿐만이 아닌 연대 처벌로 이어지며, 급격한 전투력 약화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각설하고, 공식/비공식적으로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타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와 모의 교전을 통해 승리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단 2회 뿐입니다.
한 사례는 이제는 아시아나 항공의 보잉 744 기장님으로 계신 은진기 예비역 중령님이 80년대 후반 Team Sprit 훈련 당시 F-4E로 미군 F-15와의 교전에서 승리한 것이며, 두번 째 사례는 공사 212 비행대대 비행교수를 마지막으로 퇴역하신 이영순 예비역 공군 대령님이 70년대 말 직도입하던 F-4E의 인수 후 바로 참가한 Red Frag 훈련에서 거둔 F-15에 대한 승리입니다.
두 사례 모두, 실제 상대방을 격추한 것은 아니며, 은진기 기장님의 경우, 단지 미사일 발사에 유리한 후방의 Vulernable Cone에 위치해서 무전 교신으로 미사일 발사 음어를 교신했다는 것이며, 이영순 교수님의 경우는 컴퓨터로 모의 미사일 발사 결과가 판독되는 ACMI Pod를 사용하여 훈련을 했으며, 그 중 무장 발사 기회를 잡아 80% 이상의 확률로 성공적인 무장 발사를 했다는 것 뿐입니다.
사실, 은진기 기장님의 경우에는 격투전으로 진입하기 전에 이미 BVR 미사일을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도 파악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글을 쓰신 분께서 쓰신 러시아제 Su-37과의 교전시범은 사실무근입니다. 저 또한 당시 그곳에 있었으며, 수호이기의 평가를 담당했던 모 전대에 입과해 있었습니다. 사실 제공호와 수호이기의 교전 자체가 어불성설이지요. 그리고 당시 수호이기를 몰았던 시험조종사는 러시아에서도 최고로 꼽히던 분입니다. 대한민국공군 모전대 조종사들의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수호이시험조종사도 뛰어난 자질을 가진 조종사입니다. 당시 모전대에서는 단지 Su-30의 후방석에 평가 조종사가 탑승하여 기동 시범을 직접 체험해 본 것과, 수호이-37/30기와 아군 팰콘, 팬톰, 제공호와의 우정 비행 및 공중 촬영이 있었을 뿐입니다. 당시 모전대가 보유하고 있던 ACMI 모의 교전 훈련 장비는 수호이기에 장착이 안되었을 뿐 더러, 러시아제 무장에 대한 데이터도 컴퓨터에 없었습니다. 설사 있었다고 해도 러시아 측이 자신들 최신 상품의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ACMI 포드를 장착하도록 허용할 리 없지 않습니까?

물론 은진기 기장이나 이영순 교수님 이외에도 많은 한국공군 조종사들이 미공군 조종사들과 모의 교전을 훈련했으며, 그 중에는 승리를 거둔 조종사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런 글을 쓰는 본인도 제공호로 팰콘을 잡아 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승리를 맛보지도 못하고 계속 구석으로 몰리다가 격추 판정을 받고야 말았던 다른 더 많은 수의 조종사들이 있습니다. 아마, 은진기 기장님이나 이영순 기장님도 당시 여러번 격추 판정을 받았을 겁니다. 저 또한 잡아보기 보다는 격추당한 경험이 더 많습니다. 팬텀에게 원거리에서부터 미사일 발사를 당해 회피기동만 하다가 잡혀 죽은 적도 있고, 팰콘이 뱅뱅 도는 것을 보면서도 성능의 한계로 인해 바로 물려 죽은 적도 많습니다. 저계급일 때는 거의 매번 물려 죽었고, 고계급이 되어서는 죽을 때까지 버티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운 좋게도 죽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에서 배운 것은 진지하게 뼈를 깎는 고통으로 실제 전시상황과 상대의 성능과 능력을 연구한 다음에 창의적인 실전적 전술을 수립해서 임하는 훈련에서는 승리의 여신이 비록 열세의 성능을 가졌더라도 미소를 지어주는 반면, 전쟁에 대한 고민과 성능의 열세를 만회할 전술에 대한 연구가 없이 임한 훈련에서는 상대방이 신참 조종사라도 여지없이 패배하더라는 겁니다.
미군과의 연합 훈련에서 느낀 점은 미군은 지휘관부터 일선 전투원까지 실제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전적 훈련에 주안을 두고 임하며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반면, 한국군은 매번 수행해온 경험에 의존하며, 보여주기 위한 훈련, 승패에 연연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결과가 어떠할 지는 회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물론 한국 공군 조종사들의 기량과 자질은 세계 정상급입니다. 적어도 상위 20등 안에는, 어쩌면 10등안에 들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세계를 놓고 보았을 때 입니다. 현재의 한반도가 위치한 지정학적 위치에서는 하위일지도 모릅니다.
세계 유수의 기량을 갖춘 공군이라면 1위가 이스라엘이 될 것이고, 뒤를 이어 미국과 영국, 독일, 싱가폴 정도가 될 듯합니다. 프랑스와 러시아, 일본, 터키와 그리이스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실제 전쟁의 결과가 말해 줄 뿐입니다. 전쟁을 해보지도 않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의미없습니다. 그렇다고 전쟁을 하는 것도 우습겠지요. 평소에는 말없이 조용하게, 그러나 실제 행동이 요구될 때는 전광석화와 같이 목표를 해치우는 군인이 진정한 군인입니다.

제가 만나 본 국가의 군인들은 모두 자부심에 차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최고라고 말이죠. 그러나 가장 조용히 아무 말도 안한 사람은 이스라엘 군인이었습니다.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덧글) 믿거나 말거나 어느 미군의 견해로는 동아시아 최고의 공군은 싱가폴 공군이고 그 다음이 일본 항자대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