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2012년 9월 28일 「유용원의 군사세계」에 공중급유기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올렸던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공중급유기 관련해서 팰콘이 독도 상공에서 어떻게 5분밖에 체공못하는지 의심스러워 하십니다. 어떤 분들은 이건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기 위해 공군에서 과장하는 것이라고 말씀들 하시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제가 조금 설명을 드리지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비행기도 어떻게 조종사가 모느냐에 따라 연비가 많이 달라집니다. 속도를 많이 낼수록 빨리 연료를 소모하겠지요. 급가속/급감속을 자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다가 항공기는 3차원 공간을 날라다니기 때문에 고도와 바람의 영향까지도 동시에 받습니다. 더우기 한반도는 북반구의 제트기류가 지나가는 통로이기 때문에 동쪽으로 갈 때는 거의 100노트 이상(시속 180km)의 뒷바람을 받고 가지만 서쪽으로 돌아올 때는 맞바람 100노트 이상을 맞고 오기 때문에 연료소모가 더 심해집니다.
그리고 통상 저고도에서보다 고고도에서 연료 소모가 줄어들지요. 하지만 고고도로 날아가면 지구 곡면률에 따라 상대방에게 탐지되는 거리가 좀 더 늘어나고 적에게 조기에 포착이 되게 됩니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교전지역에 들어갈 때는 저고도로 들어가서 임무후에 이탈할 때에는 고고도로 귀환하는 것이 좀 더 보편적입니다. (그런데 독도의 경우는 귀환시 고도를 올려도 제트 기류 때문에 별로 이득이 없겠군요)
기지로 귀환하는 연료도 기상상태에 따라 날씨가 좋다면 모기지와 가까운 비행장을 예비기지로 선정하기 때문에 추가되는 연료가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날씨가 나쁘다면 날씨가 상대적으로 좋은 멀리 있는 예비기지까지 갈 연료가 추가되어야 하구요. 날씨가 좋아도 모기지에서 다른 항공기의 이착륙중 활주로가 폐쇄되거나 일시에 항공기가 몰릴 경우 기지 상공에서 일정 시간 체공하면서 대기할 연료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안한다면 모두다 최대한 연료를 사용하고 와서 자기부터 착륙우선권을 달라고 아우성치겠지요. 실제 전시가 되면 이렇게 해 놓아도 미니멈 퓨얼이나 이머젼시 퓨얼 선포하고 먼저 착륙시켜 달라고 아우성치는 전투기들, 연료가 없어서 비행장까지 못오고 추락하는 비행기들 비일비재하게 나옵니다.
다음으로 고려할 사항은 수행할 임무가 무엇인가? 적의 위협이 어떠한 것이 있는가? 등입니다.
만약 타격임무이고, 적의 공대공 위협은 고려할 필요가 없고, 미사일 위협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면?
고고도로 들어가서 두세번의 다이브 폭격이나 스탠드오프 폭격 행정만 고려하고 바람을 고려한 귀환 연료를 고려하면 되겠지요? 이러면 우리의 항속거리는 통상 최대가 될 겁니다.
그런데, 공대공 위협은 없는데 지대공 미사일 위협은 많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저고도로 침투해서 폭격하고 초기에는 저고도로 빠져나오다가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최적의 연료소묘율로 귀환할 수 있는 프로파일로 귀환할 겁니다.
그런데 적의 공대공 위협이 있다면?
여기에 적과 공대공 교전을 상정한 연료를 더해야 합니다. 통상 적과 공대공 교전을 할 경우에는 애프터버너를 이용한 최대 출력으로 급격한 가감속과 고도 변화를 수반하는 기동으로 5분간 사용한다고 상정합니다. 이경우 해면고도에서의 최대 출력 사용시 연료 소모율을 기준으로 잡지요.
전투기동시간을 5분으로 잡는 것은 과거의 전투사례를 통계학적으로 보았을 때, 다수기 상황하에서 5분 이상의 곶중전 사례가 극히 적었고, 다수기 상황하에서 5분이상의 전투기동을 펼친 조종사들의 생존확율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5분 이상의 전투기동을 조종사가 체력적으로 견뎌내기도 힘듭니다.
해면고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해면고도에서의 연료소비율이 최대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 공중전을 하다보면 기동중 손실되는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고도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고도가 점차 떨어지는다는 실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여기에, 교전 중 이탈시 최대 출력으로 위협범위 내에서 도주(?)하는 연료도 같이 고려합니다.
실제 공중전훈련을 하다보면, 훈련목적상 설정된 빙고퓨얼이 되었는데도 교전을 중지하고 도망치는 것을 못하는 조종사들이 많습니다. 빙고퓨얼이 되었어도 내가 꼬리를 물리고 있는 상황이라던지, 내가 꼬리를 물고 있기는 하지만, 아군 기지 쪽으로 기수를 똘리다 보면 내가 오히려 꼬리를 물릴 가능성이 있다던지, 적기만 보면서 공중전을 하다보니, 연료 잔량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다던지 해서 빙고 퓨얼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적기로부터는 제대로 도망을 쳤지만 막상 도망친 방향이 적의 또다른 위협이 존재하는 방향인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전중 이탈도 현재 공중전 중인 적기로부터의 위협을 최소화하고, 또다른 적의 위협이 없는 방향으로 하여야 하다보니 쉽지가 않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싸움 도중에 아직까지도 싸울 투지가 남아있는 상대방으로부터 도망을 쳐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시면 되겠지요.
다음으로, 통상적으로 Bingo 연료는 임무 지역에서 기지로 귀환해야할 연료까지 도달한 상태를 가르킵니다.
즉, Bingo Fuel = 착륙연료 + 예비기지까지 갈 연료 + 기지상공 체공연료 + 임무유형과 기상에 따른 귀환연료 + 교전지역 이탈 연료 인 것이지요. 따라서 임무중 언제든지 이 연료 이하로 줄어든다면 반드시 임무를 중지하고 돌아와야 합니다.
그런데 combat bingo는 이 개념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위에서 말한 빙고 퓨얼에다가 교전지역에서의 전투기동 또는 임무수행 연료 + 전투지역 이탈 연료를 더해서 만들어 놓습니다.
여기다 또다시 고려할 것은 공대공 교전시는 통상 외부 연료탱크는 투하한 상태에서 내부연료 ?? %를 기준으로 하고, 적어도 외부연료탱크는 연료가 남았더라도 무조건 투하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안그러면 외부 연료탱크는 그저 부담만 되니까요.
그리고는 교전지역진입중 또는 교전지역에서 초계중 이 연료 이하로 떨어졌는데 적이 진입한다고 하면 교전을 회피하고 이탈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교전 중 혹은 교전후 귀환하다가 연료 고갈로 추락하고 말 것이니까요.
즉, 최초 출격시 필요한 연료 = 착륙연료 + 예비기지까지 갈 연료 + 기지상공 체공연료 + 임무유형과 기상에 따른 귀환연료 + 전장이탈 연료 + 공대공 교전을 포함한 임무수행연료 + 전장지역까지 진입연료 + 편대군 집합연료 + 이륙 및 상승연료 + 지상활주 연료가 됩니다.
따라서, 아무 일 없이 신년초계비행등의 순항 임무라면 독도를 지나, 남해 서해를 다 돌아 기지까지 오거나 독도상공에서 순항속도로 1시간 가까이 떠 있을 수 있는 비행기가 가상 적국과의 공대공 교전시를 가정하면 독도상공에서 5분도 체공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겁니다.
이런 약점을 방지하기 위해 공중급유기가 필요한 것이고요. 공중급유기 없이는 초계비행시 끊임없이, combat bingo와 bingo 를 따져가며 조종사와 전술통제관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결론 : 공대공 교전을 하려면 독도상공에서 KF-16은 5분밖에 체공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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